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이란과의 전쟁으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자동차협회(AAA)는 이날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58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20% 상승한 수치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의 임기 중 최고 수준이다.
이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려스러운 지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케빈 북 리서치 책임자는 FT에 "미국인들은 1년에 50번 주유한다"며 "이는 지난 투표를 후회할 50번의 기회"라고 지적했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 주유소에서 만난 알렉사 리스는 "왜 우리가 이란에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유가 상승에 불만을 표했다. 반면 은퇴자 제시 브라운은 "바이든도 유가를 통제하지 못했고 트럼프도 마찬가지"라며 정치인보다는 에너지 기업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을 의식한 듯 대응에 나섰다. 그는 이날 켄터키주 유세에서 "석유가 계속 흐르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유가는 이미 다시 내려오고 있고, 더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조기에 떠나고 싶지 않다, 그렇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며 전쟁이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유가 급등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크게 후퇴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11월 중간선거 전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선물시장 트레이더들은 올해 한두 차례 인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인하 시점도 7월에서 9월로 미뤄졌다.
이러한 상황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RSM US의 조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과 인플레이션의 방향에 모든 시선이 계속 집중될 것"이라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브루수엘라스 이코노미스트는 고유가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이민 정책이 지속될 경우 연준의 대응 능력이 '실질적인 스트레스 테스트'에 직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3.5~3.75%인 기준금리를 1%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한 압박을 계속하고 있어, 향후 백악관과 연준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