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부담하는 직원 의료보험 비용이 올해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한 고강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컨설팅업체 에이온(Aon)의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미국 기업의 의료보험 비용이 약 9.5%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소 1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이러한 비용 증가는 의료 서비스 가격 상승, 서비스 이용 확대, 체중 감량 및 당뇨병 치료에 사용되는 GLP-1 계열 약물을 포함한 고가 전문의약품 처방 급증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에이온의 자넷 페어클로스 수석 부사장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중대한 조치를 취해야 할 전환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몇 년간 이러한 비용 상승 요인이 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에이온이 올해 초 65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의료비가 8~10% 증가하면 보험 보장 내용에 중대한 변경을 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보험료 인상을 위해 직원 급여 공제액을 늘리거나 본인 부담금을 높이는 등 직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보험 설계 변경, 협력업체와의 비용 재협상 등도 고려 대상이다.
지중해 음식 체인 카바 그룹(Cava Group)은 수년 만에 처음으로 2025년 직원 의료보험료를 인상했으며 현재 보험사에 의존하는 대신 자체적으로 의료 비용을 부담하는 '자가보험' 전환을 검토 중이다. 트리샤 톨리바 카바 CFO는 "직원들에게 전가한 것보다 회사가 더 많은 인상분을 흡수했다"며 보장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압박을 받고 있다. 코스트코 홀세일은 최근 분기 의료비가 매출 증가율을 앞질렀다고 밝혔으며 가구업체 이선 앨런(Ethan Allen)은 미국의 1인당 의료비가 멕시코의 10배, 온두라스의 35배에 달한다며 높은 비용 부담을 토로했다.
이러한 비용 증가는 결국 근로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영리 소비자 의료보호 단체 '패밀리즈 USA'의 소피아 트리폴리 국장은 "의료비 상승으로 인해 진료를 미루거나 빚을 지는 미국인이 1억명이 넘는다"며 "임금 인상이 억제되거나 '식료품을 살지, 의사를 만날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