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피로감을 느낀 브랜드들이 소규모의 전문 지식인 그룹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온라인 팔로워 수는 적지만 특정 분야에서 깊이 있는 영향력을 가진 '대안적 영향력자'(alternatively influential)와 브랜드를 연결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피겨스'(Figures)라는 새로운 인재 관리 회사가 설립됐다. 피겨스는 스스로를 인플루언서로 규정하지 않는 각계 전문가와 사상가들을 대변한다. 피겨스의 공동 창업자 재클린 캐버나는 "이들은 전통적인 연예 기획사나 대규모 인플루언서 에이전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피겨스의 초기 고객으로는 지속가능 패션 잡지를 운영하는 명품 패션 임원 제이미 펄먼, 아이디어 저장 앱 '서브라임' 창업자 사리 아조트, 영양학자 겸 뉴스레터 작가 캣 챈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취향'과 '전문성'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인플루언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셜미디어는 정형화된 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인플루언서로 가득 찼다. 갭(Gap)의 자회사 올드네이비는 최근 분기에 협업 크리에이터 수를 전년 대비 3배인 1만5000명으로 늘렸고, 도브 비누 제조사 유니레버는 수만명의 인플루언서와 협업하며 이를 10~20배 더 늘릴 계획이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마케터들은 마케팅 예산을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의 소음에서 벗어나 소규모지만 충성도 높은 청중을 보유한 전문가들에게 주목하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 '머큐리'(Mercury)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광고 예산의 약 20%를 자사 실제 고객이면서 지적인 팟캐스트나 유튜브 채널,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이들과의 협업에 사용한다.

헤더 맥키넌 머큐리 브랜드 디렉터는 "우리의 접근 방식은 가능한 가장 큰 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사람들이 있는 방으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머큐리와 협업하는 인사에는 기술·역사 팟캐스터 드와르케시 파텔, 과학 저널리스트 클레오 아브람 등이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15년 설립된 '브리게이드'(Brigade)와 같은 초기 업체들도 포착했다. 맥스 스타인 브리게이드 최고경영자(CEO)는 "브랜드가 때로는 넓은 커뮤니티가 아닌 하나의 커뮤니티에 깊이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리게이드는 최근 어도비, 타겟과 같은 브랜드와 청소년 문화 뉴스레터의 파트너십을 중개했다.

피겨스는 고객의 개성보다 그들이 창출하는 지적 재산(IP)에 집중할 계획이다. 브랜드 후원을 통해 워크숍, 도서, 보고서, 공연 등을 기획하고 수익화하는 방식이다. 캐버나 공동 창업자는 "우리는 AI가 복제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생각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을 찾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