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금융사들이 전직 안보·군사 관료 출신 자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란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을 예측하고 투자에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수의 월가 금융사들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기 하루 전 이미 군사 행동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었다. 이는 전직 고위 관료들이 포진한 지정학 위험 자문사들의 분석 덕분이었다.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공동 설립한 웨스트이그젝 어드바이저스(WestExec Advisors)는 공습 전날인 금요일 저녁 고객들에게 주말 동안 군사 행동이 있을 확률이 65%에 달한다고 자문했다. 이 회사의 니틴 차다 매니징 파트너는 "의미 있는 대(對)이란 군사 행동을 취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고 말했다.

이들 자문사는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군사 행동의 '신호(tripwire)'를 감지했다.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이 이끄는 커트오프 그룹(The Chertoff Group)은 미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의 이스라엘 도착을 명백한 징후로 판단했다. 또 다른 자문사 TDI는 역내 미 대사관 직원들의 일부 철수 허용을 마지막 주요 신호로 꼽았다.

실제로 당시 시장에서는 이 같은 예측에 기반한 자금 움직임이 포착됐다.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4% 아래로 떨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일부 투자자들이 임박한 군사 충돌에 베팅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지정학 분석에 대한 수요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급증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커졌다. 지정학 컨설팅 회사 킬로 알파 스트래티지스의 에이미 미첼 파트너는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가 지난 몇 년간 융합돼 왔으며 이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JP모건, 골드만삭스, 라자드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지정학 자문 조직을 신설하거나 관련 전문가 영입에 나서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2022년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고문으로 영입했으며 산탄데르는 전 영국 육군참모총장을 영입해 국방 관련 대출 확대를 자문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