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쿠바가 고위급 비밀 대화를 진행 중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손자가 막후 협상가로 지목돼 주목된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쿠바 고위급 대표와 대화하고 있으며 쿠바가 합의를 열망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반면 쿠바 정부는 공식적인 대화는 없었다고 부인하면서도, 라울 카스트로의 손자인 라울 기예르모 로드리게스 카스트로가 관여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양국 간 물밑 접촉설은 미국이 대(對)쿠바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쿠바의 핵심 우방인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한 직후 나온 것이다. 미국은 쿠바에 대해 거의 전면적인 석유 금수 조치를 부과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협상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는 로드리게스 카스트로(41)는 '엘 칸그레호'(El Cangrejo·게)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할아버지인 라울 카스트로의 전 경호원이자 최측근으로 꼽히며 내무부 중령 계급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월 18일 세 명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로드리게스 카스트로가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비밀리에 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애미 헤럴드 역시 2월 26일 루비오 장관의 측근들이 카리브 공동체 회의가 열린 세인트키츠네비스에서 그를 만났다고 전했다.

올해 94세인 라울 카스트로는 2018년 대통령직, 2021년 공산당 총서기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쿠바의 최고 실력자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겔 디아스카넬 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라울 카스트로가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결정을 이끌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과의 비밀 협상을 이끌었던 인물은 라울 카스트로의 아들인 알레한드로 카스트로 에스핀이었다. 현재 알레한드로는 권력 중심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조카인 로드리게스 카스트로가 새로운 막후 채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마리오 디아스발라트 미 하원의원은 마이애미 헤럴드에 "트럼프 행정부가 라울 카스트로의 핵심 측근들과 비밀리에 대화하고 있다"며 "이는 올해 초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를 축출하기 전 가졌던 논의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발언한 적이 없는 로드리게스 카스트로의 역할에 따라 미국과 쿠바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