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인간의 업무를 자동화하며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을 위협할 것이라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종말론'이 확산하자 오라클, 세일즈포스 등 주요 기업들이 정면 반박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이 복잡한 업무 자동화가 가능한 AI 에이전트 '클로드 코워크'를 공개한 이후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며 시가총액이 약 1조달러(약 1440조원) 증발했다. 이후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AI가 위협이 아닌 기회라고 강조하며 시장 우려 진화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 시칠리아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AI를 사용해 빠르게 코딩하는 신생 기업이 SaaS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라며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우리가 AI 도구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위협이 되겠지만 우리는 매우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칠리아 CEO는 오라클이 기존 도구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있다며 경쟁사인 세일즈포스보다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오라클은 AI 붐이 향후 수 분기 동안 매출을 견인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이날 주가는 10% 급등했다.

세일즈포스 역시 방어에 나섰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지난달 콘퍼런스콜에서 회사가 'SaaS 종말론'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세일즈포스가 자사의 방대한 독점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AI 에이전트를 구축·배포·관리하는 엔터프라이즈 플랫폼으로 변모했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비논리적"이라고 일축했다.

로이터가 인터뷰한 10여명의 기술 분석가와 투자자들은 수년간 축적된 금융, 법률, 설계 등 독점 데이터가 AI 시대에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션파크 자산운용의 제임스 세인트 어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독점 데이터가 단연 가장 깊은 해자(방어 수단)"라고 말했다.

반면 모든 데이터가 동등한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 및 급여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워크데이(Workday)는 방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업계 표준 형식을 따르는 데이터라 AI가 학습하거나 복제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3분의 1 이상 하락했다.

이에 대해 워크데이 창업자이자 CEO로 복귀한 아닐 부스리는 "AI는 본질적으로 확률적"이라며 "워크데이 시스템에는 AI가 복제할 수 없는 20년간의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내장되어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AI가 아직 매번 동일한 결과를 내는 '상태 기계'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AI가 가져올 생산성 향상이 새로운 고용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며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오션파크의 어빈 CIO는 "이들 기업이 AI로 스스로를 재창조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아직 부고를 쓸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