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계에서 진료비 지급을 둘러싸고 병원과 보험사 간에 인공지능(AI)을 동원한 'AI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병원들은 AI를 활용해 진료 기록을 분석하고 더 많은 진료비를 청구하는 반면 보험사들은 AI로 부당 청구를 가려내 지급을 거부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보험사들은 병원들이 AI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공격적으로 수익을 부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소득층 의료보험 '메디케이드'에 주력하는 보험사 센텐(Centene)의 세라 런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9월 한 콘퍼런스에서 "응급실에 열이 나서 온 환자들이 갑자기 모두 패혈증으로 진단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패혈증은 고액의 의료 처치를 유발하는 중증 질환이다.

블루크로스블루실드(BCBS)는 자체 상업 보험 청구 분석 결과, 공격적인 AI 코딩 관행으로 인해 입원 환자 지출에서 약 6억6300만달러(약 9547억원), 외래 환자 지출에서 최소 16억7000만달러(약 2조4048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까지 AI 투자 규모는 병원 측이 압도적으로 많다. 벤처캐피털 멘로벤처스에 따르면 2025년 의료 AI 분야 지출은 14억달러(약 2조160억원)로 전년 대비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 병원 등 의료 시스템이 전체의 75%인 약 10억달러(약 1조4400억원)를 차지했으며 보험사의 지출은 약 5000만달러에 그쳤다.

병원들은 보험사들의 부당한 지급 거부와 삭감에 대응하기 위해 AI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최대 상장 병원 체인인 HCA 헬스케어는 AI를 통해 2026년까지 약 4억달러(약 5760억원)의 비용 절감을 예상하며 "보험사들의 지급 거부와 과소 지급 활동 증가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AI를 통해 비용 절감을 꾀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AI를 통해 2026년까지 약 1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올해에만 약 15억달러를 AI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매나 역시 AI 투자로 수년간 1억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AI 대 AI'의 싸움이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소모전으로 흐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듀크-마골리스 보건정책연구소의 크리스티나 실콕스 연구 책임자는 "'봇 대 봇'의 대결은 본질적으로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AI가 보험사의 비용 관리를 통해, 모건스탠리는 병원 진료비 절감을 통해 각각 수천억달러의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현재의 갈등 구도 속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