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강타하며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상승해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4.90%에 근접했다. 이는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전쟁으로 국방비 지출이 늘고 에너지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 위한 가계 지원책이 필요해지면서 정부의 재정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윈쇼어 캐피털 파트너스의 강 후 매니징 파트너는 "장기 금리는 재정 및 정부 신뢰도와 관련된 문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한다는 시장의 예상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이미 최대 500억달러(약 72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지원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220억달러(약 31조6800억원) 규모의 30년물 국채 입찰은 이러한 시장의 불안감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쟁 초기에는 유가 급등에 따른 단기 인플레이션 우려로 단기물 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기물 금리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시장의 관심이 장기적인 재정 문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주 30년물 금리는 13bp(1bp=0.01%포인트) 오른 반면 2년물 금리는 9bp 상승에 그쳤다.
TCW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루벤 호브하니샨은 "전쟁 자금 조달 문제와 전반적인 성장 둔화가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지난 2월까지 5개월간 약 1조달러에 달했으며, 최근 연방대법원이 수백억달러의 정부 수입원이던 무역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4300억달러 이상을 운용하는 루미스 세일즈의 맷 이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며 재정적자를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 독일, 일본, 호주 등 주요국 국채 금리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연합(EU)은 국방비 증액과 에너지 보조금 지급 가능성에 직면했으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가스 가격 상한제 등 다양한 조치를 언급했다.
아시아에서도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이 국방 예산을 늘리고 있다. 캐럴 콩 호주커먼웰스은행 전략가는 "이란과의 갈등은 각국 정부가 장기적으로 국방비를 더 늘리도록 압박해 재정 건전화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조차 인플레이션 우려로 30년물 국채 금리가 202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분쟁이 장기화되고 각국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투자자들은 장기 채권에 대해 계속해서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미스 세일즈의 이건 매니저는 "30년물 금리가 5%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투자 매력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