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일관성 없는 규제 정책이 모더나와 같은 혁신 기업의 발목을 잡고 바이오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FDA는 지난 2월 초 모더나의 신규 독감 백신에 대한 심사 서류 접수를 거부했다가 백악관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뒤에야 이를 번복하고 심사에 착수했다.
FDA는 2024년부터 모더나와 긴밀히 협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 설계가 '적절하고 잘 통제된' 방식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이례적인 접수 거부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비네이 프라사드 FDA 고위 규제 담당자가 실무진의 의견을 뒤집고 결정을 주도했으며, 다른 고위 관계자는 모더나 측에 '겸손함을 보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FDA의 오락가락 행보는 시장에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기업가치가 2000억달러에 달했던 모더나는 현재 시가총액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는 mRNA 백신 관련 보조금 수억달러가 취소되기도 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급격히 위축됐다. mRNA 백신 분야에 대한 벤처 투자는 2023년 이후 65%나 급감했다. 한 투자자는 최근 백신 분야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과 같다고 평가할 정도다.
문제는 백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혼란이 희귀질환 치료제 등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의 임상시험이 필요한 다른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거대 제약사들이 위험 부담이 큰 혁신 신약 개발 대신 검증된 기존 제품에 집중하거나 해외로 투자를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의 배경에 '정치'가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자 mRNA 기술에 대한 낙관론이 사라지고 안전성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특히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이 백신 회의론을 불식시키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더나 사태의 중심에 있던 프라사드 담당자는 다음 달 FDA를 떠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모더나의 성공은 수십 년간 이어진 미국의 예측 가능한 규제에 대한 약속 덕분이었다며, 행정부와 의회가 FDA의 안정적인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