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중동 전쟁으로 인한 루피아화 가치 급락에 대응해 오는 17일 기준금리를 6회 연속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경제학자 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24명이 BI가 오는 1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현행 4.75%로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익일물 예금금리(3.75%)와 대출금리(5.50%)도 동결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BI의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루피아화 가치를 끌어내리면서 통화가치 안정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루피아화는 지난 11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약 4%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1% 이상 떨어졌다.

BI는 이전까지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사해왔으나 루피아화 약세가 재개되자 지난해 10월부터 금리를 동결하며 통화 안정에 집중해왔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지출 확대 계획이 재정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그의 조카가 중앙은행 부총재로 임명된 후 불거진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이러한 요인들은 자본 유출을 부추기며 루피아화 약세 압력을 가중시켰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테이 치 항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지난 한 달, 특히 미국-이란 분쟁 이후 몇 주간 루피아화가 크게 약화된 점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은 완화적 입장을 재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은 확실시되는 가운데 2분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경제학자 20명 중 14명(70%)은 2분기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이는 직전 조사의 85%보다 낮아진 수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약 3년 만에 최고치인 4.76%를 기록하며 BI의 목표 범위(1.5~3.5%)를 넘어선 점도 부담이다.

테이 치 항 이코노미스트는 "다음 금리 인하 시점은 루피아화 약세가 중앙은행의 완화 의지와 능력을 제약함에 따라 빨라야 6월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올해 연말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경제학자 19명 중 11명이 현재보다 50bp 낮은 4.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구체적인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