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4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거래소그룹(JPX) 자료를 인용해 지난 3월 2일 시작된 주간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선물과 현물 주식을 총 7457억엔(약 7조4570억원)어치 순매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세부적으로는 주식 선물을 9835억엔 순매도하며 매도세를 주도했다. 다만 현물 주식 시장에서는 약 2378억엔의 순매수가 유입돼, 증시 급락 국면에서 일부 저가 매수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 이탈은 중동의 긴장 고조와 유가 상승이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특히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이란 분쟁이 시작된 이후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 평균주가지수는 7.5% 하락해 같은 기간 1.5% 내린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보다 훨씬 큰 낙폭을 보였다.

일본의 에너지 구조를 보면 원유의 중동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일본석유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의 96%가 중동에서 이뤄졌으며 아랍에미리트(44%)와 사우디아라비아(40%)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는 호주(43%), 말레이시아(15%)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일본 정부는 비상 계획을 가동해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본의 석유 비축량은 순수입량 기준 206일분으로, IEA 권고 기준인 90일을 크게 웃돈다. 이는 G7 주요국인 영국(약 120일)이나 프랑스(약 122일)보다 많은 수준이다.

일본의 대규모 비축 전략은 1973년 '오일 쇼크'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극심한 연료 부족과 물가 급등을 겪은 후 1975년 '석유비축법'을 제정하고 국가 차원의 에너지 안보 체계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막대한 비축량만으로 에너지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제인 나카노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에 "비축유는 공급 차질에 대한 완충 장치일 뿐 수입을 무기한 대체할 수는 없다"며 "미국 등으로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이 일본의 한 가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