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페르시아만(걸프만)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유조선 20여척의 안전 통행을 확보하기 위해 이란과 직접 협상에 나섰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외교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지만, 지난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이후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해협에 멈춰선 유조선들은 원유와 액화석유가스(LPG), 액화천연가스(LNG)를 싣고 있다. 인도는 원유 수입의 거의 절반, LNG의 3분의 2, LPG의 거의 전량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 유조선의 도착이 지연될 경우 심각한 에너지 공급난을 겪을 수 있다.

인도 외교부의 란디르 자이스왈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이 최근 며칠간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과 세 차례 통화했다고 밝혔다. 자이스왈 대변인은 자이샨카르 장관이 마지막 통화에서 "선박 운항 안전과 인도의 에너지 안보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일부 매체는 이란이 인도 국적 선박의 해협 통과를 허용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란 측은 이를 부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란 관리는 언론에 말할 권한이 없다면서도 "통행 허가가 내려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발이 묶인 선박 중 10척은 국영 정유사인 인디언오일과 힌두스탄석유 등이 계약한 LPG를, 5척은 원유를 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 선박은 추적 장치를 끄는 방식으로 해협을 통과한 정황도 포착됐다. 에너지 데이터 분석기업 케이플러(Kpler)의 수밋 리톨리아 수석 분석가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은 급감했지만 인도행 유조선을 포함한 일부 선박이 간헐적으로 통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박 추적 데이터를 근거로 지난 6일과 9일에 해협을 통과한 화물이 인도 항구에 도착했거나 도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리톨리아 분석가는 여러 선박의 자동식별장치(AIS) 신호가 페르시아만을 빠져나온 뒤에야 다시 나타났다며 이는 고위험 지역에서 흔히 사용되는 '다크 트랜싯'(dark transit) 기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