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하면서 유럽 주요 증시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하락 마감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은 이날 오전 9시 31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4% 내린 600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달 들어 9거래일 중 7거래일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증시 약세는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국제 유가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이란 선박이 이라크 해역에서 유조선 2척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경제의 특성상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이는 이미 둔화된 역내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마리야 베이트만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유럽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으며, 많은 제조 기업의 비용 구조에서 연료 가격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이로 인해 유럽 주식은 더 취약한 자산으로 간주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동 분쟁 이전 금리 인하를 점치던 금융 시장의 기대는 급격히 바뀌었다. 시장은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7월까지 금리를 인상하고, 12월까지 추가 인상에 나설 확률을 85%로 보고 있다.

업종별로는 경기 민감주인 은행 부문이 2.2% 하락하며 전체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자동차 및 부품 부문 역시 1% 떨어졌다. 베이트만 책임자는 유럽 은행들의 수익이 장기적인 순이자이익이나 대출 성장보다는 투자은행 등 비핵심 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장 불안 속에서도 일부 종목은 호실적에 힘입어 상승했다.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는 강력한 성장 전망을 발표한 후 주가가 8%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에 힘입어 유럽 방산 업종 지수는 1.7% 올랐다. 다임러 트럭과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잘란도 역시 긍정적인 실적 전망에 각각 3.8%, 10% 상승했다.

반면 독일 자동차 제조사 BMW는 올해 세전 이익 감소와 출하량 정체를 예고하면서 주가가 1.1%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