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가 전 세계적인 전기차(EV) 시장 성장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최대 22조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고 49년 만의 첫 연간 적자 위기에 직면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혼다는 12일(현지시간) 북미 시장에 출시하려던 전기차 3종의 개발 및 출시 계획을 전면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오는 3월 마감하는 회계연도에 2700억엔에서 5700억엔 사이의 영업손실과 최대 6900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1977년 연결 실적 발표를 시작한 이래 첫 연간 순손실이다.

미베 토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에서 "상황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했다"며 "북미 지역의 전기차 보조금 중단이 성장을 저해했고 중국 내 경쟁 심화로 매력적인 모델을 제공하거나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혼다는 이번 전략 수정으로 이번 회계연도와 다음 회계연도에 걸쳐 총 2조5000억엔(약 157억달러·22조6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기차 수요 변동성과 중국 업체의 거센 공세 속에 스텔란티스(220억유로)와 포드(195억달러)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략을 축소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요시다 타츠오 선임 자동차 분석가는 "이번 비용 처리 규모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과 위험은 여전하지만 이번 발표로 전기차 관련 잠재적 손실의 상당 부분이 명확해져 가시성을 일부 확보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혼다의 자동차 사업은 특히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들은 비야디(BYD)와 같은 자국 브랜드가 자신들의 요구를 더 잘 충족시킨다고 판단하며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혼다는 중국 내 투자에 대한 손상차손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회계연도 첫 9개월간 혼다의 자동차 사업 부문은 1664억엔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혼다는 향후 전기차에서 확보된 자원을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강화에 재배치하고 모델을 간소화할 방침이다. 또한 자동차와 오토바이 모두 성장 시장인 인도에서의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혼다의 오토바이 사업 부문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오는 5월 수정된 새로운 사업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