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소수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한족 중심으로 통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민족 통합' 정책을 법제화하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도해 온 동화 정책을 공식화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이날 '민족 단결 진보 촉진'에 관한 법률을 채택했다. 이 법은 중국 공산당이 55개 소수민족에게 한족 중심의 공통 언어와 문화를 수용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 초안에 따르면 각급 학교와 공공장소에서 표준 중국어를 기본 언어로 사용하고, 정부가 규정한 역사·민족·종교관을 주입하는 교육을 의무화한다. 또한 부모와 보호자는 미성년 자녀에게 공산당과 조국을 사랑하도록 가르쳐야 하며, 민족 단결 의무를 소홀히 하거나 분리주의 활동에 관여하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 이후 강조해 온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 확립'을 법으로 뒷받침하는 조치다. 과거 중국 지도부가 경제 발전을 통해 소수민족 통합을 꾀했던 것과 달리 시 주석은 문화적 정체성을 직접 재편하는 강경 노선을 택했다.

이러한 정책은 이미 티베트와 신장 등 소수민족 거주 지역에서 강도 높게 시행돼왔다. 티베트에서는 종교와 언어 교육에 대한 통제가 강화됐고, 아동들은 어린 나이부터 만다린으로 교육하는 기숙학교로 보내졌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감시망과 함께 강제 동화 정책이 시행됐다.

2020년 내몽골 자치구에서는 당국이 만다린 교육을 강화하고 현지 역사와 문학 교과서를 퇴출하려 하자, 문화 말살 시도라며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소수민족 문화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부인하며 공산당이 이들의 삶을 개선하고 고유 정체성을 보존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제화가 기존의 소수민족 자치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호주 라트로브 대학의 제임스 레이볼드 교수는 WSJ에 이 법이 "소수민족 정책에 대한 새로운 원칙을 시스템 전체에 알리는 '법적 마침돌'"이라며 "소수민족이 스스로 주인이 될 것이라던 공산당의 초기 약속에서 완전히 후퇴하는 마지막 제도적 단계"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안에는 중국 외부의 단체나 개인이 중국 내 민족 단결을 저해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역외 적용' 조항도 포함됐다. 또한 모든 학교에서 국가가 편찬한 통일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명시했다.

독일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막스 오이트만 교수는 "법의 조항이 모호해 일선 관료들이 과잉 집행에 나설 수 있다"며 "종교적 또는 민족적 정체성의 모든 표현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하는 충동을 유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