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강세장이 주춤하면서 시장의 과열을 경고하는 공매도 세력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3년간 기록적인 상승장 속에서 위축됐던 공매도가 최근 시장 변동성을 틈타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댄 롭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한 콘퍼런스에서 "잊혔던 공매도의 기술이 돌아왔으며 올해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선언했다. 이는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22%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S&P 500 지수 강세장과는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강세장 기간 동안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전문 투자사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짐 채노스의 키니코스 어소시에이츠는 2023년 주력 헤지펀드를 폐쇄했으며, 퍼싱 스퀘어의 빌 애크먼과 힌덴버그 리서치의 네이선 앤더슨 역시 공매도 활동을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하지만 최근 정보기술(IT) 서비스 제공업체 킨드릴(Kyndryl) 사태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3월 공매도 전문 리서치 회사인 고담 시티 리서치는 킨드릴이 수익성을 부풀리기 위해 기만적인 회계 처리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킨드릴은 "의도적으로 오해를 유발한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2월 9일 킨드릴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법무 자문위원이 회계 관행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 소식과 함께 사임했다. 이 소식에 킨드릴 주가는 하루 만에 23.49달러에서 10.59달러로 폭락하며 공매도 리포트의 경고가 옳았음이 증명됐다.
로이터 칼럼니스트 마티 프리드슨은 공매도가 '부당 이득을 취하는 악당'으로 여겨져 왔지만, 시장 거품을 막는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1929년 대공황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주가 폭락의 원인으로 공매도를 지목하는 등 역사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프리드슨은 일부 투자자들이 세금 문제나 현금 확보 등 가치와 무관한 이유로 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매도만으로는 과대평가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계 조작 등으로 부풀려진 주가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매도, 즉 공매도가 필수적"이라며 "공매도는 군중심리에 의한 묻지마 투자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시장 상황은 공매도 세력의 복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한때 증시를 이끌었던 '매그니피센트 7' 기술주들은 지난 9일 기준 2026년 고점 대비 평균 11% 하락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위협받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익스포저가 큰 사모 신용 대출 기관들의 주가도 빛을 잃고 있다.
프리드슨은 공매도 활동이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펀더멘털과 괴리된 주가가 폭락하며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는 것을 막아주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공매도 세력의 귀환이 시장을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