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공급 충격이 일본은행(BOJ)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행보를 부추겨 이르면 4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로이터통신은 BOJ의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발발 2주가 채 안 된 중동 분쟁이 유발한 새로운 공급 충격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워 BOJ의 긴축 의제를 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식통들은 유가 상승이 성장을 둔화시키기 전에 인플레이션을 먼저 자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소식통은 "이번 분쟁은 근원 인플레이션이 이미 2%에 가까운 시점에 발생했다"며 물가 상승 위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다른 3명의 소식통도 이에 동조했다.
물론 분쟁이 세계 경제 침체를 유발해 일본의 취약한 경기 회복에 타격을 줄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 경우 BOJ는 기존의 낙관적인 경제 전망과 금리인상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긴축에 유보적인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일본 정부가 조기 금리인상에 반대할 명분도 생긴다.
과거 BOJ는 유가 상승의 영향을 인플레이션에 반영하기보다 경기 부양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기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년이 걸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웃돌았음에도 BOJ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에 더해 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BOJ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5년 후 평균 2.4%의 인플레이션을, 가계는 9.8%를 예상하는 등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지고 있다.
BOJ 내부에서도 매파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카타 하지메 BOJ 심의위원은 지난 2월 26일 "중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있으며 물가 상승이 2차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꾸준한 금리인상을 촉구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 역시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 "분쟁이 일본의 교역 조건을 악화시켜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근원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장은 이미 4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약 60% 확률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BOJ는 다음 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0.7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에다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추가 인상 의지를 재확인하며 4월 인상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세이사쿠 가메다 전 BOJ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는 데 뒤처져 있다"며 "유가 상승과 엔저 현상으로 너무 늦을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