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사건 결과를 예측해 베팅하는 '예측시장'이 내부자 거래 논란에 휩싸이며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폴리마켓(Polymarket), 칼시(Kalshi)와 같은 예측시장 플랫폼에서 올해 들어 시의적절한 거래들이 포착되면서 내부자 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이란 최고지도자와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과 같은 지정학적 사건에 대한 예측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거래들로 인해 군사 작전 등 미공개 정보를 아는 미국 관리들이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조작된 시장'이라는 인식이 퍼질 경우 이용자 이탈로 이어져 플랫폼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학에서 정보가 더 많은 쪽이 유리한 거래를 하게 돼 정보가 부족한 쪽이 시장을 떠나는 '역선택' 현상과 유사하다. 내부자가 지배하는 시장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 등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공개 중요정보(MNPI)를 이용한 거래를 엄격히 금지한다. 반면 예측시장은 미국법상 파생상품으로 분류돼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을 받는다. CFTC는 플랫폼이 내부자 거래를 포함한 금지 행위를 감시하고 규제할 것을 요구한다.
문제는 규제 적용 범위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칼시는 CFTC 규제를 받지만 폴리마켓은 미국 내 사용이 금지된 역외 버전과 CFTC 규제를 받는 미국 내 버전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하면 규제가 덜한 역외 버전에 접속해 베팅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1월 한 투자자는 폴리마켓 역외 버전에서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시의적절하게 베팅해 약 40만달러(약 5억7600만원)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폴리마켓 측은 모든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으며 VPN 사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셰인 코플란 폴리마켓 설립자는 내부자 정보에 대해 다소 엇갈린 태도를 보였다. 그는 최근 스포츠 시장의 의심스러운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팰런티어 테크놀로지스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한 인터뷰에서는 내부자 정보 활용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며 많은 이점도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부자 정보가 가격 정확도를 높여 플랫폼을 '글로벌 진실 기계'로 만든다는 긍정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예측시장은 승자의 이익이 패자의 손실과 직결되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일반 투자자들이 정보 우위에 있는 내부자에게 돈을 잃을 것이란 두려움이 커지면 시장 참여를 꺼리게 된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업계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칼시는 내부자 거래를 공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최근 유튜버 '미스터비스트'의 직원이 채널 관련 시장에 약 4000달러(약 576만원)를 거래한 사실을 적발하고 2년간 자격을 정지했다.
폴리마켓 역시 새로 출시하는 미국 내 규제 상품 이용자에게 정부 발급 신분증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플랫폼이 약 200억달러(약 28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만큼 내부자 거래는 핵심적인 사업 위험이다. 리버테리안적 이상과 별개로 정직한 이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규제 강화가 재무적으로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