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중동 위기가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도움을 주고 우크라이나의 경제와 안보에는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의 경고가 나왔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안드리 피슈니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런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란 사태로 인한 유가 급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동 분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핵심 무기 지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슈니 총재는 "유가 상승은 푸틴에게 추가적인 재정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의 전쟁 기계에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4년 넘게 이어진 전쟁과 국제 사회의 제재로 경제적 압박을 받아왔으나 고유가는 이러한 어려움을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경제적으로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피슈니 총재는 유가 급등이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에너지 비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위기로 우크라이나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최대 0.9%포인트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군사적 지원 차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피슈니 총재는 "분쟁이 장기화하고 격화될 경우 우크라이나의 방공 시스템용 군수품 및 미사일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등 동맹국들이 패트리엇 미사일 재고를 소진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기존 우려와 같은 맥락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외부 지원에 경제를 의존하고 있다. IMF의 4년간 80억달러(약 11조5200억원) 지원은 예정돼 있으나, EU가 지난해 12월 합의한 900억유로(약 149조7600억원) 규모의 대출은 헝가리의 반대로 집행이 막힌 상태다.
피슈니 총재는 헝가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월 초에는 EU 지원금이 도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만약 지원이 무산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B'도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내 부채 시장과 예산 수요의 화폐화라는 두 가지 재원이 있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전쟁 초기 정부에 직접 자금을 지원했으나 인플레이션 우려로 2023년 중단했다. 이후 동맹국들의 지원에 힘입어 외환보유고를 약 550억달러(약 79조2000억원)까지 두 배 가까이 늘렸으며, 연말까지 650억달러(약 93조6000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외환보유고는 우크라이나 경제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