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항공모함을 포함한 주력 함대의 절반가량을 중동에 전진 배치하며 미국 중심의 역내 안보 지형 재편을 노리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국방 전문매체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프랑스는 유일한 항공모함인 샤를드골함을 비롯해 호위함 8척, 헬리콥터 항모 2척 등을 동지중해에 파견했다. 이번 '전례 없는 동원'은 이란의 중동 전역 미사일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항행의 자유와 자국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함대 파견이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틈타 프랑스가 새로운 안보 제공자로서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적 행보라고 분석했다. 로르 푸셰 파리 전략연구재단(FRS) 선임연구원은 "프랑스가 '우리는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깃발을 흔드는 것"이라며 "걸프 국가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걸프 아랍 국가들은 미국이 원치 않는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등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하산 알하산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걸프 국가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 효용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전쟁이 끝나면 미국과 걸프협력회의(GCC) 관계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적 재검토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프랑스는 아랍에미리트(UAE)와 포괄적 국방 협정을 맺고 아부다비에 군사 기지를 운영하는 등 이미 역내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프랑스는 2021~2025년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중동 지역 3위 무기 수출국이기도 하다.

이번 프랑스 항모전단에는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군함도 합류해 유럽 연합(EU) 차원의 연대를 과시했다. 반면 영국은 구축함 1척 파견에 그치고 이마저도 지연돼 자국 의회 국방위원회로부터 "국제적 수사와 현실의 상당한 격차"라는 비판을 받았다.

프랑스는 향후 분쟁이 완화되면 유럽 및 비유럽 파트너들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점진적으로 재개방'하기 위한 호송 임무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란의 무인기와 드론 위협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작전은 상당한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