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군사적 위협과 미국 안보 공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 전체가 국방에 참여하는 핀란드의 '총력 국방' 모델이 유럽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23년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핀란드는 수십 년간 유지해 온 독자적인 방위 시스템을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설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핀란드의 국방 모델은 군사력뿐 아니라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 의무 징병제를 유지해 인구의 약 6분의 1에 달하는 예비군을 확보했으며 최근 예비군 상한 연령을 65세로 높였다. 여성의 경우 자원입대가 가능하며 징병제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오스카리 야콜라 칵토스 최고경영자(CEO) 겸 예비역 중위는 블룸버그에 "술집에 가서 '누가 대전차 무기를 쏠 수 있나'라고 외치면 모든 남성이 일어설 것"이라며 국민의 높은 국방 의지를 설명했다.
민간 부문의 역할도 핵심적이다. 기업들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주요 물자를 비축하고 기반 시설을 유지할 책임을 진다. CEO들은 국가 국방 과정에 참여하며 재난 대비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또한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짜뉴스와 온라인 선동을 식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는다.
페카 토베리 전 핀란드 군사정보국장은 "러시아가 공격할 때는 군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공격한다"며 총력 방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핀란드는 1인당 국방비 지출이 유럽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예비군을 포함한 병력 규모는 독일이나 영국을 능가한다.
이러한 핀란드의 모습은 냉전 종식 후 '평화 배당'에 안주하며 군사력을 감축해 온 다른 유럽 국가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유럽이 미국의 군사적 역량을 대체하는 데 약 1조달러(약 1440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현재 유럽이 '평화도 전쟁도 아닌' 상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실제로 해저 케이블 손상, 국경 지역 부동산 매입을 통한 첩보 활동, 이주민을 이용한 압박 등 '하이브리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사미 누르미 핀란드군 부참모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지상군이 소모됐지만 국경 너머에서 기반 시설을 재건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전력을 회복하는 데 3~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핀란드의 총력 국방 모델이 높은 사회적 신뢰와 평등을 중시하는 복지 모델에 기반하고 있어 다른 국가들이 그대로 모방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스웨덴과 라트비아가 징병제를 재도입하는 등 유럽 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스투브 대통령은 "유럽이 이 순간을 활용해야 한다"며 군사적 독립성 강화와 산업 기반 회복,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공동의 목표 의식 재건을 촉구했다. 핀란드의 사례가 위기에 직면한 유럽에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