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조달러(약 1440조원) 규모의 법률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후발주자인 스웨덴의 '레고라'가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선두 '하비'를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12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스웨덴 기반의 AI 법률 스타트업 레고라는 최근 5억5000만달러(약 792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레고라의 기업가치는 55억달러(약 7조9200억원)로 평가받았으며, 스타트업 '월터'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이번 투자 유치로 레고라는 미국 AI 스타트업 하비가 장악하고 있는 법률 AI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비는 미국 100대 로펌 중 절반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간반복매출(ARR)은 약 1억9000만달러(약 2736억원)에 달한다. 포브스는 하비가 신규 자금 조달 시 기업가치가 110억달러(약 15조84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레고라는 시장 선점보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창업자인 맥스 준스트랜드(26) 최고경영자(CEO)는 '최고가 되는 것이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철학 아래, 한때 6개월간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옆 레인을 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엘리트 수영선수처럼 움직이려 한다"고 말했다.
법률 산업은 전통적으로 '청구 가능 시간'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 때문에 기술 도입에 보수적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법률 문서를 읽고 요약하는 등 이전 기술이 할 수 없었던 작업을 수행하게 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대형 로펌들은 특정 기술에 종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하비와 레고라의 제품을 동시에 도입하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한 로펌 관계자는 "우리는 이제 업계의 코카콜라와 펩시를 모두 갖게 된 운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향후 몇 달 안에 어떤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지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고라는 1년 만에 고객사를 250곳에서 800곳으로 늘리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하비의 시장 지배력이 여전히 막강하고, AI 도입에 따른 투자수익률(ROI) 측정이 어렵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준스트랜드 CEO는 "어떤 선두도 안정적이지 않다"며 "우리는 무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도 치열한 경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