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요 철광석 화물선들이 중동행 항로를 포기하고 동아시아로 급히 기수를 돌리는 등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은 선박 추적 데이터 분석업체 케플러(Kpler) 자료를 인용해 런던 기반의 앵글로아메리칸 소속 화물선 3척과 브라질 발리(Vale) 소속 2척 등 최소 5척의 철광석 운반선이 목적지를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선박은 당초 중동의 바레인과 오만으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항해 도중 각각 중국 칭다오,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항로를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프 샹그릴라호, 케이프 재스민호, 미네랄 짐바브웨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항로 변경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해상 교통이 사실상 마비된 데 따른 것이다. 다른 선박들 역시 아라비아만 인근에서 운항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이러한 운송 차질은 철강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중동 지역 철강사들은 저탄소 철강 제조에 쓰이는 직접환원철(DRI) 생산을 위해 수입산 고품질 철광석 펠릿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오만과 바레인은 역내 핵심 펠릿 생산국이다.

우드맥킨지의 데이비드 캐숏 리서치 국장은 "현재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은 이미 집중화된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며 "이들 시설의 펠릿 공급이나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직접환원철 부문 전반에 빠르게 파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급망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철광석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1.3% 상승한 톤당 105.55달러(약 15만2000원)를 기록하며 지난 1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분쟁으로 인한 운임 및 유류비 상승도 운송 비용을 가중시키고 있다.

케플러의 알렉시스 엘렌더 분석가는 "중동 전쟁으로 철광석 펠릿 공급이 상당히 빠듯해졌다"며 "중국은 이미 이란산 연간 1000만톤의 펠릿을 잃었고 바레인과 오만의 펠릿 생산도 위협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쿼리그룹은 2025년 걸프 지역 국가들의 직접환원철 총생산량을 약 1400만톤으로 추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