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뉴질랜드 국적 항공사인 에어뉴질랜드가 대규모 항공편 감축에 나서는 등 전 세계 항공업계가 위기에 직면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어뉴질랜드는 12일(현지시간)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급등에 대응해 5월 초까지 전체 항공편의 5%에 해당하는 약 1100편의 운항을 줄인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국내선과 국제선 승객 약 4만4000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니킬 라비샹카르 에어뉴질랜드 최고경영자(CEO)는 국영 라디오 뉴질랜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했다.

에어뉴질랜드의 감편 결정은 전 세계 항공사들의 연쇄적인 항공료 인상 움직임 속에 나왔다. 호주 콴타스항공, 스칸디나비아항공(SAS), 타이항공 등도 이번 주 유가 급등을 이유로 항공료 인상을 발표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 역시 오는 18일부터 모든 노선에 유류할증료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중동 분쟁이 격화하며 촉발됐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으로 중동 지역 영공이 대거 통제되면서 항공사들은 해당 지역 운항을 취소하거나 우회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이란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이라크 보안 당국은 이란의 폭발물 탑재 보트가 유조선 2척을 공격했다고 밝히는 등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에어뉴질랜드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말버러나 서부 해안 도시 뉴플리머스 등을 오가는 국내선 운항을 줄일 계획이다. 다만 중동 영공 폐쇄로 유럽행 경유지로 미국 노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장거리 노선 감축은 최소화할 방침이다. 라비샹카르 CEO는 "사람들은 여전히 유럽에 가고 싶어하며, 우리는 미국 영공을 통해 그들을 유럽으로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의 위기는 연료 수급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스콧 찰튼 시드니 공항 CEO는 호주의 항공유 재고가 25~30일분에 불과하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항공유 공급 안정성은 국제 해상 운송로와 지정학적 안정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역시 다음 달부터 국내 항공사들이 연료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항공업계의 혼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위기로 평가된다. 일부 노선 항공권 가격이 급등하고 여행 수요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승객들은 중동 영공을 피하는 항공사로 몰리고 있다. 캐세이퍼시픽은 두바이와 리야드 노선 운항을 중단하는 대신 런던과 취리히 노선을 증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