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남성의 기대수명이 여성보다 5년 이상 짧은 등 건강 격차가 심화하자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춘 연방 정부 차원의 '남성건강국' 설립이 초당적으로 추진된다.
12일(현지시간) 의학 전문매체 스탯(STAT)에 따르면 최근 루이지애나주 민주당 소속 트로이 카터 하원의원과 미시간주 공화당 소속 그레고리 머피 의원은 '남성 건강 현황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은 보건복지부(HHS) 내에 남성 건강 전담 부서 신설을 골자로 한다.
미국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75.8세로 여성보다 5.3년 짧으며 다른 선진국 남성들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고 자살률은 4배에 달한다. 남성의 낮은 건강 수준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공공 부문 1400억달러(약 201조6000억원), 민간 부문 1600억달러(약 230조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남성건강국 설립 시도는 2000년부터 의회 회기마다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의사협회(AMA)가 사상 처음으로 법안을 공식 지지하고 나서면서 통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윌리 언더우드 AMA 차기 회장과 브라이언 크리스틴 보건복지부 보건담당 차관보가 모두 비뇨의학과 및 남성 건강 전문가라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다.
법안 지지자들은 1990년대 설립돼 여성 건강 증진에 큰 성과를 낸 '여성건강국'을 성공적인 선례로 꼽는다. 폴 터렉 터렉 클리닉 원장은 스탯에 "여성건강국은 여러 측면에서 여성들을 위해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며 "우리에겐 따라야 할 성공적인 본보기가 있다"고 말했다.
신설될 남성건강국은 예방 관리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심혈관 질환, 당뇨병, 특정 암 등 남성에게 더 치명적인 질병의 조기 발견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헬렌 버니 인디애나대 비뇨의학과 교수는 "남성을 의료 시스템에 더 일찍, 더 꾸준히 참여시킬 수 있다면 결과를 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의 우려와 달리 남성 건강 증진이 여성 건강 문제를 소홀히 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법안에는 남성 건강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이 여성 건강 관련 예산에서 충당되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명시됐다. 호세인 사데기-네자드 뉴욕대 랑곤병원 교수는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사회에 좋은 일"이라며 법안의 초당적 성격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