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 국제 유가 급등세 속에서 항공유 가격이 유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이례적인 폭등세를 보이면서 전 세계 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 발발 이후 항공유 가격은 두 배로 폭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원유 가격 상승률인 3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가격 격차는 정제마진이 전례 없이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유가 헤징(위험회피) 계약을 맺은 항공사들마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통상 유가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원유를 기준으로 헤징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항공유 가격이 원유 가격과 별개로 폭등하면서 헤징 효과가 크게 반감됐다. 레베카 샤프 캐세이퍼시픽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극적인 증가세"라며 "우리의 헤징은 원유에 대한 것이라 항공유 가격 전체를 방어해주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이미 요금 인상과 유류할증료 부과, 공급 좌석 축소 등으로 대응에 나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네이선 지 아시아태평양 운송 리서치 책임자는 "전통적으로 가격에 가장 민감한 고객을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가 이런 환경에서 가장 큰 압박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지역별로 희비는 엇갈린다. 헤징 계약이 없는 미국과 중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유가 급등 충격에 그대로 노출됐다. 헤징이 보편적인 유럽에서도 항공유 가격이 10% 오르면 저비용항공사 위즈에어의 올해 영업이익이 최대 31%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JP모건은 에어프랑스-KLM, 루프트한자, IAG 등 다른 유럽 항공사들도 3~10%의 이익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위즈에어는 이번 중동 분쟁으로 5000만유로(약 831억원)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요제프 바라디 최고경영자(CEO)는 "회사는 잘 보호받고 있으며 맨몸이 아니다"라고 로이터에 밝혔다.
아시아 시장의 타격은 정제마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분쟁 이전 배럴당 21달러 수준이던 항공유 정제마진은 지난 4일 144달러까지 치솟았으며 12일 기준 65달러로 여전히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BofA는 가격 인상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정제마진이 90일간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마다 아시아 항공사들의 2026년 순이익이 평균 6%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부분 아시아 항공사들은 헤징이 없거나 브렌트유에 대해서만 헤징을 하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항공과 버진 오스트레일리아는 항공유 가격 상승에 대한 방어 수단을 더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샤프 CFO는 "항공유 파생상품 시장은 규모가 매우 작고 비싸다"며 "유가는 변동성이 매우 커 미래를 예측할 수정 구슬은 없다"고 말해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