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관련 분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자 이 지역에 대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오던 아시아 은행들이 급히 제동을 걸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HSBC홀딩스,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은 일부 중동 고객에게 아시아 자산과 연관된 일부 거래를 보류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불과 몇 주 전과 비교해 급격히 반전된 것이다. 지난 1월 말 두바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대출시장협회(APLMA) 콘퍼런스에서는 아시아와 중동 간 금융 연계 확대에 대한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식었다. 이번 주 홍콩에서 열린 APLMA 회의에서는 중동 분쟁이 비공식 대화의 주요 주제로 떠올랐으며 은행가들은 중동 사업에 대한 야망을 재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중화권, 싱가포르의 일부 은행들도 기존 대출과 향후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한 싱가포르 주요 은행은 올해 중동 확장 계획을 보류했으며 홍콩팀에 관련 논의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전환은 아시아 은행들이 중동 시장에 대한 관여를 꾸준히 늘려온 직후에 나타났다. APLMA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신디케이트론 규모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약 1800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출 규모가 약 18%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중국 은행들의 확장이 두드러졌다. 블룸버그 집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은행들의 중동 지역 대출은 전년 대비 세 배 가까이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인 157억달러에 달했다. 자국 내 신용 수요 약화와 아시아 대출 시장의 가격 경쟁 심화 속에서 해외로 눈을 돌린 결과다.
그러나 최근 2주간 중동에서의 군사 작전이 격화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한 중국 대형은행은 아부다비 정부와 연계된 금융 기관에 대한 양자 대출 약정 인출을 제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또 다른 두 곳의 중국계 은행 홍콩 주재원들은 본사에 지역 리스크와 대출 현황에 대한 일일 보고를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HSBC는 성명을 통해 "걸프협력회의(GCC) 지역의 장기적인 강점과 펀더멘털, 미래를 확신한다"며 "이 지역은 혼란의 시기를 견디고 적응하며 더 강해지는 능력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고 밝혔다. 스탠다드차타드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