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발전사 제라(Jera)가 호주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지분을 미국계 에너지 기업에 매각하며 에너지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제라가 호주 고르곤 및 이치스 LNG 수출 프로젝트 지분을 미드오션 에너지(MidOcean Energy LP)에 매각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거래는 정부 승인 등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거래가 완료되면 미드오션의 고르곤 LNG 지분은 1.417%로 늘어나며 이치스 LNG 지분 0.735%를 확보하게 된다. 미드오션은 사모펀드 EIG 글로벌 에너지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회사다.

이번 매각은 최근 일본 전력회사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움직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도쿄가스도 2022년 호주 LNG 프로젝트 지분을 미드오션에 매각하고 미국으로 투자 초점을 옮긴 바 있다. 제라의 츠가루 료스케 수석상무는 성명을 통해 "호주는 신뢰할 수 있는 LNG 공급원으로서 제라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로 남을 것"이라며 "고르곤과 이치스 시설에서 LNG 조달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1973년 석유 파동 이후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에너지 안보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를 위해 다층적인 전략을 구축해왔다.

일본은 에너지 수입원을 다변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LNG 수입의 43%는 호주에서 왔으며 말레이시아(15%) 러시아(9%) 미국(7.2%)이 뒤를 이었다. 특히 중동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공급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오랜 전략 목표였다. 반면 원유 수입은 중동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 일본석유협회에 따르면 2024년 원유 수입의 약 96%가 중동에서 이뤄졌으며 아랍에미리트(44%)와 사우디아라비아(40%)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본은 막대한 양의 에너지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일본의 석유 비축량은 순수입량 기준 206일분으로 G7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이다. 이는 영국(약 120일)과 프랑스(약 122일)를 크게 웃돈다. 한국은 214일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주요 발전원인 LNG 비축량은 약 3주분으로 상대적으로 적다. 이는 초저온 연료인 LNG가 점차 증발해 석유처럼 장기 보관이 어렵기 때문이다.

단순 비축을 넘어 일본 기업들은 LNG 공급망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운반선을 소유하고 해외 수출 프로젝트 지분을 보유하며 미국 호주 등지의 가스전 개발에도 투자한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등 정책금융기관은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의 위험을 낮추는 금융과 보험을 제공해 민간 투자를 지원한다. 또한 일본은 연간 내수보다 많은 양의 LNG를 장기 계약으로 확보해 위기 시 국내로 물량을 돌리거나 평시에는 해외에 재판매하는 유연성을 갖췄다.

이러한 다층적 전략 덕분에 일본의 에너지 안보 시스템은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하며 국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높은 중동 원유 의존도는 여전한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인 나카노 선임연구원은 일본이 미국 등으로부터 원유 수입을 다변화하는 것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축유는 공급 중단 충격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수입을 무기한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