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발발로 전 세계 항공망이 마비되며 항공사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중동 지역 주요 항로가 봉쇄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항공사들은 운항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영공을 우회해 온 데 이어 이란과 걸프만 상공까지 막히면서 항공편들이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상공의 좁은 길목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국제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이란과 이라크 영공은 물론 걸프만까지 피하면서 대부분 노선에서 운항 시간이 한 시간 이상 늘어났다. 비행시간 증가는 더 많은 연료 소모로 이어져 유가 급등 상황에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쟁으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폐쇄된 점도 악재다. 이로 인해 원유와 항공유 가격이 치솟자 일부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를 인상하며 항공권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동성은 항공사들의 유가 헤징 관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 3대 항공사와 인도 인디고 항공이 유가 변동에 가장 많이 노출된 반면, 캐세이퍼시픽 항공은 단기 예상 연료 소비량의 약 30%를 헤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급등과 운항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난 2주간 블룸버그 세계항공사지수는 11% 이상 하락했으며, 전 세계 항공사들의 시가총액은 수십억 달러 증발했다. 데이터 분석업체 시리움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11일 사이 중동을 오가는 항공편 4만6000편 이상이 취소됐다.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항공, 에티하드 항공 등 중동 허브 항공사들은 운항 편수를 대폭 줄였다. 플라이트레이더24 데이터에 따르면 두바이 공항 재개 이후 최소 네 차례에 걸쳐 공항 인근 드론 출현이나 미사일 요격으로 착륙 대기 중인 항공기들이 상공에서 선회하는 일도 발생했다.

반면 이번 사태는 에미레이트와 카타르 항공 등에 밀렸던 유럽 및 아시아 항공사들에게는 반사이익의 기회가 되고 있다. 영국항공과 독일 루프트한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노선을 증편했으며, 에어프랑스-KLM은 도쿄, 상하이, 뭄바이 등 아시아 주요 도시 노선에 더 큰 항공기를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