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손주를 돌보기 위해 은퇴를 미루거나 포기하고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는 조부모들이 늘고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2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미국에서 조부모의 손주 양육 부담이 커지면서 전통적인 조부모의 역할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피츠버그대학교가 미국 인구조사국(ACS)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에서 2021년 사이 자녀의 부모 없이 손주를 돌보는 60세 이상 조부모 양육자는 약 21% 증가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또한 2023년 ACS 자료를 인용해 약 100만명의 미성년 아동이 부모 없이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는 할머니 혼자 손주를 돌보는 경우라고 밝혔다.
뉴저지에 사는 도렌 시몬슨(66)씨는 딸이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생후 2개월 된 손녀의 주 양육자가 됐다. 그는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손녀의 점심을 싸고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오후 4시30분까지 일한다. 그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비용 문제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87세의 레베카 리드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는 2000년대 중반 딸과 사위가 1년 반 간격으로 사망한 후 당시 13세와 11세였던 손주들을 맡았다. 은퇴 후 저축과 사회보장연금 등으로 생활했지만 결국 파산 신청을 했고 현재 시급 12달러를 받는 일자리 2개를 뛰며 일하고 있다.
이러한 '황혼 육아'는 조부모의 경제적, 신체적 건강에 큰 부담을 준다. 시러큐스 대학교의 마돈나 해링턴 마이어 사회학 교수는 "손주를 돌보는 많은 조부모들이 비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자신의 식사나 의료 서비스를 미루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조부모는 손주를 돌보지 않기 위해 굳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계속 일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의 크리스틴 프루하우프 교수는 "조부모들은 회복력이 강하며 손주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 기꺼이 큰 희생을 감수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쿠키를 구워주며 가끔 손주를 만나는 전통적인 조부모상은 사라지고 있으며 대신 일과 양육을 병행하며 고군분투하는 새로운 조부모상이 미국 사회의 현실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