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안정세를 보였지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이 크게 후퇴했다.

12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발간한 '미국 2026년 2월 소비자물가 동향 및 금융시장 반응' 보고서에 따르면,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 전월 대비 0.3% 각각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올랐고,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해 지난 1월(0.3%)보다 오름세가 둔화했다. 특히 주거비 상승률이 0.2%로 완만한 수준을 유지하고, 주거비를 뺀 근원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둔화하는 등 물가 압력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은 안정적인 물가 지표보다 중동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란 군 대변인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고 인근 해상에서 선박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에서는 2월 CPI가 '이미 지난 데이터'라는 평가가 나왔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이번 데이터는 정책 판단 측면에서 이미 지난 데이터로 간주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번 지표가 향후 전쟁이 물가에 미칠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CPI 발표 이후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0.1%, 0.6%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며 미 달러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고, 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투자은행들은 유가 급등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을 유지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약 20bp(1bp=0.01%p)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중동 상황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당분간 신중한 관망 기조를 유지하며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상반기 내 금리 인하 기대는 41.6%에서 37.5%로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