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단기적으로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이어질 경우 원유 조달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2일 한국신용평가는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산업별 영향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배럴당 119.6달러까지 치솟아 약 11일 만에 68% 급등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 역시 배럴당 40달러 내외로 치솟았다.

한신평은 유가와 정제마진 동반 급등으로 국내 정유사들이 2026년 상반기까지 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과 정제마진 개선 효과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 위험 요인도 상존한다. 가장 큰 변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 도입 물량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가 2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보고서는 현재 국내 원유 재고가 약 90일분으로 추정돼 단기 대응은 가능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부의 전략 비축유를 사용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정유사들은 필수 석유제품 생산 외에는 정제설비 가동률을 낮춰야 해 높은 정제마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수익성 확보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추진하는 가격상한제는 정유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됐다. 한신평은 국내 매출 비중이 20~30% 수준이고, 법률에 따라 정부의 손실 보전이 가능한 점, 최근 정제마진이 크게 상승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손실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신평은 "단기적으로는 정유사 실적에 긍정적이지만 원유 조달 차질이 현실화하면 수익성 개선 요인이 상쇄될 수 있다"며 "전쟁 진행 양상과 각 정유사의 대체 원유 도입 전략, 정부 정책 방향 등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