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엔화 가치가 연중 최저치에 근접했으나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59엔24센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1월 중순 기록한 연저점 159엔45센에 근접한 수준으로, 이 선을 넘으면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이번 엔화 약세는 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원유 가격 급등이 주된 원인이다. 군사 충돌로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발 원유 공급 불안이 커졌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4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자원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은 유가 상승이 무역수지 악화와 엔화 매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산유국인 미국은 교역조건 개선 기대로 달러화 강세 압력을 받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전날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승인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시장은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 당국은 2024년 7월 환율이 160엔에 근접하자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한 바 있다. 올해 1월23일에도 환율이 159엔대 초반으로 오르자 미국과 공조해 구두 개입 성격의 '레이트 체크'(환율 수준 점검)에 나서 엔화 가치를 단기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와 같은 개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로드리고 카트릴 내셔널호주은행(NAB) 외환 전략가는 "엔/달러 환율이 난기류를 보이며 급등하지 않는 한 개입은 없을 것"이라며 "과거 방어선이 158~159엔대였다면 새로운 라인은 162엔대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에히로 토오루 다이와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레이트 체크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시장이 불안정해 미 당국의 이해를 얻기 쉬웠던 측면이 있다"며 "당시 수준을 넘었다고 해서 반드시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는 19일로 예정된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도 변수다. 시장은 정책 동결을 예상하는 가운데 우에다 가즈오 총재의 기자회견에 관심이 쏠린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미즈호증권 수석 외환 전략가는 "유가 급등에 따른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반대할 것"이라며 "일본은행 역시 소극적이어서 조기 금리 인상을 통한 엔저 억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앞둔 점도 대규모 개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야마모토 전략가는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재정 재원이나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자금으로 기대되고 있어 개입에 쓰기 어렵다"며 "보유한 미국 국채를 매각해 개입할 경우 미 금리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미 재무부가 용인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엔화가 160엔을 향해 하락할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