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의 석유 비축량은 순수입량 기준 206일분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권고 기준인 90일을 크게 웃돈다. 이는 주요 7개국(G7)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며, 214일분을 비축한 한국과 비슷한 규모다. 반면 주력 발전원인 액화천연가스(LNG) 비축량은 약 3주분에 불과하다.
일본의 대규모 에너지 비축 전략은 1973년 '오일 쇼크'의 충격에서 비롯됐다. 당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수출을 중단하자 일본은 극심한 연료 부족과 물가 급등을 겪었다. 이에 일본은 1975년 '석유비축법'을 제정해 민간 기업에 90일분 비축 의무를 부과했고, 1978년부터는 정부 차원의 국가 비축을 시작했다.
일본은 LNG 수입선을 호주(43%) 말레이시아(15%) 등으로 다변화하며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 2014년 25%에 달했던 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산 LNG 비중은 2025년 6%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원유는 상황이 다르다. 인구 감소와 전기화로 전체 수요는 줄었지만 중동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됐다. 일본석유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 원유 수입의 96%가 중동 지역에서 이뤄졌으며, 이 중 UAE가 44% 사우디아라비아가 40%를 차지했다.
비축 외에도 일본은 자국 기업들이 LNG 공급망 전반에 직접 투자하도록 장려해왔다. 일본 기업들은 LNG 운반선을 소유하고 해외 가스전과 수출 프로젝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등 정책금융기관은 해외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과 보험을 제공하며 민간 투자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일본은 1991년 걸프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러 차례의 위기에서 가격 급등을 일부 완화하고 연료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막대한 비축량만으로 일본이 에너지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비축유는 단기적인 공급 차질을 완충하기 위한 수단일 뿐, 중동 지역의 생산 시설이나 수송로가 장기간 마비될 경우 이를 대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인 나카노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를 통해 미국 등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다변화하는 것이 일본의 한 가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