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발 지정학적 위기가 유가를 급등시키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연중 최고치 수준으로 치솟았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상선을 공격하는 등 군사 행동에 나서자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이 여파로 미국 달러화는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통화 대비 3일 연속 강세를 보였다.
이란은 이라크 해역에서 유조선 2척을 불태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분쟁 시작 이후 이 지역에서 공격받은 선박은 최소 16척에 달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통행량은 급감했다.
이날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10% 이상 폭등하며 배럴당 101.59달러를 기록했다. 이란은 "세계가 배럴당 200달러 유가를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기록적인 4억배럴의 비축유 방출에 합의했음에도 유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각국 중앙은행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었다. 이는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99.442로 2025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유로화는 0.2% 하락한 1.1540달러에 거래되며 연중 최저치에 가까워졌고, 일본 엔화는 달러당 159.23엔까지 약세를 보이며 2024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가치를 기록했다.
호주 커먼웰스은행의 캐롤 콩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움직임은 각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며 "미국은 에너지 자립국인 반면 유럽은 에너지 가격 충격에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르면 6월 금리를 인상하고 호주중앙은행(RBA)도 다음 주와 5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후퇴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은 56.1%로 하루 전 43.4%에서 크게 상승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매우 좋은 상태"에 있다고 밝혔으나, 미 정보당국은 이란 지도부가 붕괴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16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새로운 무역 조사를 개시한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로 비트코인은 1.7% 하락한 6만9457.41달러, 이더리움은 2.0% 내린 2026.88달러를 기록하는 등 가상자산 시장도 약세를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