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가 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음에도 미국과 이란의 전쟁 격화 우려가 시장을 덮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EA는 전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 대응하고 급등하는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4억배럴 규모의 긴급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승인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방출했던 1억8200만배럴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방출이 수일 내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시장 안정에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3.80달러(4.6%) 오른 배럴당 87.25달러에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배럴당 92달러선에 근접했다. 이란 전쟁을 둘러싼 각국 정상들의 강경 발언이 비축유 방출 효과를 상쇄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켄터키주 연설에서 "IEA의 결정으로 유가가 크게 내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이란에 대해서는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며 군사작전 지속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다는 로이터통신 보도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한편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항행 재개를 지원하기 위해 미 국제개발금융공사(DFC)가 보험사 처브(Chubb)와 제휴해 200억달러(약 28조8000억원) 규모의 재보험 지원책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남부 캘리포니아 연안의 석유 생산 재개를 위해 국방물자생산법 발동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군사적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은 11일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으며, 특히 두바이 국제공항은 드론 공격으로 4명이 다치고 항공편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미국과 이스라엘 역시 이란에 대한 공격을 지속했으며,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승리가 달성될 때까지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휴전 조건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향후 이란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점을 미국이 보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복수의 당국자들이 전했다. 이러한 비공식 접촉은 유럽과 중동 국가들이 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전 이후 사망자 수는 2440명을 넘어섰으며 대부분 이란과 레바논에서 발생했다. 미 당국자들은 이란의 공격이 80% 이상 감소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쟁 수행에 예상치 못한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유럽의 한 고위 관리는 이란 정권이 붕괴할 조짐을 거의 보이지 않으며 외교 협상에 나설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