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부설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 해상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페르시아만과 외부 세계를 잇는 이 좁은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부설된 기뢰가 10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당 보고에 의구심을 표하며 선박들의 정상 운항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기뢰 부설이 선박 파괴 자체보다는 해상 운송로를 마비시켜 세계 경제에 충격을 주기 위한 비대칭 전력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자한기르 E. 아라슬리 개발외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SJ에 "재래식 전력이 약한 이란이 비대칭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주요 목표는 파괴가 아닌 교란"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이 보유한 기뢰는 단순한 구조로, 얕은 페르시아만에 표류시키거나 해저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1980년대에 제작된 '마함 1'은 수심 1m에서도 부유하며, 5개의 촉수 중 하나라도 충돌하면 최대 120㎏의 폭약이 터지도록 설계됐다. 잠수부가 선체에 직접 부착하는 부착기뢰(limpet mine)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과거에도 기뢰를 주요 무기로 활용해왔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전쟁'으로 불린 시기부터 기뢰는 세계 해운업에 큰 위협이 됐다. 특히 1988년 4월 미 해군 호위함 '새뮤얼 B. 로버츠'함이 이란제 기뢰 '사다프-02'에 피격된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해군이 치른 가장 심각한 해전 중 하나인 '사마귀 작전'을 촉발했다.

미군은 이란의 기뢰 부설함과 잠수함을 파괴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이란은 일반 어선으로 위장한 소형 보트에 잠수부(frogmen)를 태워 기뢰를 설치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해 식별과 제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천 척의 선박이 해협 통과를 위해 대기하면서 미 해군이 호위 임무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아직 승인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호위 작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호위 임무에는 음파탐지기를 장착한 함정이 기뢰를 탐지하고 회피하거나 제거하는 작전이 포함될 전망이다.

미 해군은 지난해 '변화하는 세계'에 대응한다며 로봇 기뢰 탐지 기능을 포함한 무인수상정(USV) 등 차세대 기뢰대항책 장비 계약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기뢰의 위협보다 당장은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더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운영센터에 따르면 최근 이틀간 해협 인근에서 상선 5척이 발사체나 드론에 피격되거나 위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