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비극 '안티고네'가 여성의 자기 신체 결정권, 즉 낙태권에 대한 논쟁을 다루는 현대 연극으로 재탄생해 미국 뉴욕 무대에 올랐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극작가 애나 지글러의 신작 '안티고네(고등학교 때 읽은 이 연극)'가 뉴욕 퍼블릭 시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이 연극은 소포클레스의 원작에서 안티고네가 오빠의 시신을 묻어줄 권리를 두고 숙부 크레온과 대립하는 대신, 원치 않는 임신을 중단할 권리를 두고 맞서는 내용으로 각색됐다.
작품의 배경은 현대 사회를 반영하는 테베로, 새로 왕이 된 크레온은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을 포함한 여러 법령을 공포한다. 이는 현대 미국 사회의 낙태권 논쟁을 명백히 겨냥한 설정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주인공 안티고네 역은 배우 수재나 퍼킨스가 맡아 펑크록 스타일의 반항적인 모습 이면에 임신 사실에 고뇌하는 복합적인 인물을 연기한다. 그의 숙부이자 대립자인 크레온 왕은 미국 드라마 '명탐정 몽크'로 유명한 배우 토니 샬호브가 연기한다. 샬호브가 연기하는 크레온은 강압적인 통치자가 아닌, 갑작스럽게 얻은 권력에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WSJ는 이 연극이 "복잡하면서도 칼날처럼 날카롭고 통렬하게 재치 있다"고 호평하며 "작가가 미묘한 비극을 날 선 구호로 축소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크레온이 경호원들에게 팁을 줘야 하냐고 묻는 장면 등을 예로 들며 작품 곳곳에 녹아 있는 풍자적 유머를 높이 샀다.
연극은 고전 비극의 문법에 따라 피비린내 나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지만, 극중 해설자 역할을 하는 임산부 '다이시'의 아기를 통해 파국 속에서도 미래의 희망 가능성을 암시하며 막을 내린다. 이 연극은 오는 4월 5일까지 공연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