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가 파격적인 연출을 입은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새 프로덕션을 선보여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9일 개막한 이번 공연은 연출가 유발 샤론의 메트 데뷔작이다. 가수들이 공중에 매달린 터널에서 노래하고 무대 바닥에서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이원적 구조와 라이브 비디오를 적극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이번 프로덕션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를 이원화한 것이다. 에스 데블린이 디자인한 거대한 터널 구조물이 무대 위 공중에 떠 있고, 주역 가수인 트리스탄(마이클 스파이어스 분)과 이졸데(리세 다비드센 분)는 주로 이 공간에서 노래한다. 동시에 무대 바닥에서는 배우들이 이들의 또 다른 자아처럼 행동하며 현대적인 관점의 서사를 몸짓으로 표현한다.

이 터널은 1막에서는 트리스탄의 배, 2막에서는 연인들의 은밀한 공간, 3막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로 시시각각 변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WSJ는 이러한 연출이 라이브 비디오와 결합해 관객의 시점을 계속 전환시키며 긴 음악적 구간이 정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한다고 평가했다.

샤론 연출가는 작품 속 죽음에 대한 갈망을 끝이 아닌 '환생의 순환' 일부로 해석했다. 이는 극 중 트리스탄이 죽은 뒤 이졸데 역할을 맡은 배우가 아기를 낳는 장면을 소리 없이 삽입하는 독창적인 연출로 구체화됐다.

야니크 네제세겐의 지휘 아래 메트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주역 가수들의 기량도 극찬을 받았다. WSJ는 테너 마이클 스파이어스와 소프라노 리세 다비드센이 고난도의 역할을 쉽게 소화해냈다고 전했다. 특히 스파이어스의 벨칸토 스타일 레가토와 다비드센의 아름답고 빛나는 소프라노가 돋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평단의 호평 속에 개막 전 7회 공연이 모두 매진됐다. 이에 메트 측은 오는 4월 4일 공연을 1회 추가 편성했다. 샤론 연출가는 이번 성공을 발판으로 2027~2028 시즌부터 시작될 메트의 새로운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