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조기에 끝내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오히려 더 큰 지정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 상승과 핵심 지지층의 반발에 직면해 개전 2주도 안 된 이란과의 전쟁을 서둘러 끝내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세계 시장을 안정시키고 추가 전쟁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섣부른 종전 선언이 이란 정권을 유지시켜주고 핵무기 개발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사실상 넘겨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미국의 동맹국 안보를 위협하고 더 파괴적인 중동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란 측은 미국의 조급함을 간파하고 자국에 유리한 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침략자의 입을 쳐서 교훈을 얻게 해야 한다"며 미국의 배상을 포함한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이란은 전쟁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 기뢰 등을 여전히 다수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지난 11일에도 이 해역에서 선박 3척이 피격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백악관 관리를 지낸 앤드루 태블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란 정권이 살아남는다면 언제든 호르무즈 해협의 유조선과 걸프 동맹국의 에너지 시설을 위협할 수 있다"며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완전히 확보하려면 이란 해안선을 점령하는 지상군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어 미국이 감당해야 할 인명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도 여전히 가장 큰 위험 요소다. 핵무기 원료에 가까운 60% 농축 우라늄이 지하 시설에 보관돼 있어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핵무기 개발에 나설 수 있다. 핵위협방지구상(NTI)의 에릭 브루어 전문가는 "이란에 핵무기를 생산할 능력과 동기를 모두 남겨두는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번 전쟁 수행 능력은 중국과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이 압도적인 공군력으로 이란의 해·공군력을 상당 부분 무력화했지만 개전 12일이 지나도록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런던대학교 동양아프리카연구소(SOAS)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소장은 "이번 전쟁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손상시켜 중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를 준다"며 "모두가 이란의 군사력이 중간 수준임에도 미국이 제압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걸프 지역 동맹국들은 미국의 선택에 분노하면서도 이란의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해 미국의 방공망에 의존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들은 미국이 보호에 실패하고 이란 정권이 살아남아 재무장할 경우 미국과의 동맹이 자산이 아닌 부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크 시버스 전 오만 주재 미국 대사는 "일단 시작된 이상 쉽게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며 "이란 정권이 살아남는다면 재건에 총력을 기울여 이 모든 사태를 촉발했던 행동들을 다시 반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