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의 위협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일본 게임주가 지식재산권(IP) 경쟁력을 재평가받으며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 공격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일본 증시의 토픽스(TOPIX) 지수가 6.1% 하락하는 동안 '솔랙티브 일본 게임·애니메이션 지수'는 1.2% 하락에 그쳤다. 이 지수는 닌텐도, 소니그룹, 캡콤 등 주요 게임사들로 구성돼 있다.
앞서 일본 게임 관련주는 AI 기술 발전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며 연초부터 약세를 보여왔다. 특히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3D 가상세계를 생성하는 AI 도구 '프로젝트 지니'를 공개한 1월 말 이후 매도 압력이 거세졌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가 하락이 과도했으며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오니시 코헤이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투자전략연구원은 "최근 하락은 펀더멘털 악화보다는 미국 소프트웨어 주식과의 동반 하락 성격이 짙다"며 "지정학적 리스크나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덜 받아 하방 경직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케우치 슌타로 매튜스 인터내셔널 캐피털 매니지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AI가 만든 곡이 많아진다고 해서 테일러 스위프트의 음악을 듣는 시간이 줄지 않는 것처럼 게임도 비슷할 것"이라며 "AI 위협론으로 인한 일괄적인 매도세는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포드의 도널드 퍼거슨 파트너 역시 강력한 IP를 일본 게임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오랜 기간 팔리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닌텐도나 스퀘어에닉스처럼 가치 높은 IP를 보유한 기업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신중론도 존재한다. 다나카 에이타로 SOMPO자산운용 선임 투자 매니저는 "게임주는 여전히 보유한 투자자가 많아 리스크 회피 국면에서 매물이 출회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 역시 "수익의 근간이 IP이기 때문에 AI로 인한 타격은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닌텐도 주가는 신작 포켓몬 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급반등하며 시장에 IP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야마시나 타쿠 맥쿼리캐피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게임주 주가수익비율(PER)이 과거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할 만큼 낮아졌다"며 "향후 실적 발표에서 펀더멘털의 견조함이 확인되면 투자 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