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유층 사이에서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대형 맞춤형 수조를 자택에 설치하는 것이 '살아있는 예술'로 여겨지며 새로운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십만달러에서 최대 100만달러(약 14억4000만원)에 달하는 초호화 수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인피니티 아쿠아리움 디자인의 닉 티멘스는 WSJ에 "코로나19 시작 이후 사업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며 "예술품 예산이 이제 수조 예산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회사가 제작하는 수조는 최저 7만5000달러(약 1억800만원)에서 시작한다.
미국 반려동물용품협회(APPA)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어 사육자 중 맞춤형 수조를 선택한 비율은 43%로 2023년 대비 19% 급증했다. 126갤런(약 477리터) 이상의 대형 수조를 보유한 비율도 34%로 2년 전보다 17% 늘었다.
플로리다주 델레이비치에 사는 헬스케어 사업가 모스코우는 25만달러(약 3억6000만원)를 들여 2200갤런(약 8328리터) 규모의 맞춤형 수조를 설치했다. 희귀 복어와 상어 등이 사는 이 수조의 유지비로만 매달 3000달러(약 432만원)가 들어간다.
유명 TV 드라마 '풀하우스' 제작자인 제프 프랭클린은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저택에 5개의 수조를 두고 있다. 그는 수조 유지비로 월 6000달러(약 864만원)를 지출하며, 현재 4995만달러(약 719억원)에 내놓은 이 저택의 물고기들 가치만 약 8만달러(약 1억152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유행은 수조가 주는 심미적 만족감과 정서적 안정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캘리포니아의 닉 콜로나는 10만달러짜리 수조를 '성명서 같은 예술 작품'이라 칭하며 "자연과 아름다움, 예술적 관점을 하나로 모은다"고 평가했다. 영국 플리머스 대학의 2015년 연구에 따르면 수조를 보는 것이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고 기분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화려함 뒤에는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따른다. 건설업체 대표 로버트 버리지는 "유지보수와 잦은 외부인 방문에 지쳐 수조를 철거하는 경우가 설치하는 경우보다 많다"며 사생활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수온 유지를 위한 냉난방 시스템과 정전 시 산소 공급을 위한 비상 발전기는 필수적이다.
부동산 중개인 데이비드 크레이머는 "수조가 주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물고기는 가구처럼 개인 자산으로 취급돼 별도 협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복어, 엔젤피시 등은 수명이 10년이 넘는 만큼 장기적인 시간과 예산, 지식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