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법원 판결로 무력화된 관세 장벽을 재건하기 위해 중국과 유럽연합(EU), 한국 등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대대적인 무역 조사에 착수했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전날(11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10여개 주요 경제국의 과잉 생산 능력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유럽연합, 멕시코, 인도, 일본, 대만 등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 대거 포함됐다. 이외에도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이 명단에 올랐다.
그리어 대표는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국내 및 세계 수요의 시장 논리와 동떨어진 생산 능력을 개발해왔다고 본다"고 조사 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글로벌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한 데 따른 '플랜 B' 성격이다. USTR은 연방 관보에 게재한 자료에서 각국의 과잉 생산 혐의를 적시했다. 중국은 여러 부문에 걸친 무역 흑자를, EU는 독일과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화학·기계·자동차 부문을, 대만은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지목했다.
USTR은 보고서에서 알루미늄, 자동차, 배터리, 전자, 기계, 제지, 플라스틱, 로봇, 위성, 반도체, 선박, 태양광 모듈, 철강 등을 '과잉 생산과 생산 능력으로 몸살을 앓는' 분야로 꼽았다. 이어 "이들 다수 분야에서 미국은 상당한 국내 생산 능력을 상실했거나 외국 경쟁자들에게 우려스러울 정도로 뒤처졌다"고 지적했다.
USTR은 오는 5월 5일경 공청회를 개최한 뒤 관세 부과를 포함한 시정 조치를 제안할 방침이다. 그리어 대표는 대법원 판결 직후 150일 시한으로 도입한 임시 관세가 만료되기 전에 조사를 마무리해 새로운 관세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성명을 내고 "기존 한미 관세 협정에 따른 이익 균형이 훼손되지 않고 한국 수출업체들이 주요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놓이지 않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13일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제품의 수입 금지와 관련해 최소 60개국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그리어 대표는 "정책은 그대로 유지된다. 법원 판결 등에 따라 도구는 바뀔 수 있지만 정책은 그대로"라며 추가 조사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