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주요 정유사들이 중동 분쟁발 공급난 심화를 이유로 현물 판매를 전격 중단하면서 호주 내 에너지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석유협회(AIP)는 성명을 통해 회원사들이 일반 고객 공급을 우선시하고 현물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AIP 핵심 회원사는 암폴(Ampol), BP, 모빌 오일 오스트레일리아(Mobil Oil Australia), 비바 에너지 그룹(Viva Energy Group) 등으로 호주 전체 액체연료의 약 85%를 공급한다.
현물 판매는 장기 계약 외에 소규모 소매업체나 상업용 사용자에게 일회성으로 연료를 공급하는 거래다. 이번 조치로 추가 연료가 필요한 주유소나 현물 구매에 의존해 온 대형 운송 회사들의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위험이 커졌다.
이번 판매 중단은 최근 호주 내 연료 가격 급등과 사재기 현상 속에 나왔다. AIP에 따르면 호주 내 소매 휘발유 가격은 지난 한 달간 19% 급등했다. 맬컴 로버츠 AIP 최고경영자(CEO)는 일부 대량 구매 고객들이 평소의 4배에 달하는 물량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농업계는 유류비 등 투입 비용 상승으로 경작을 축소할 수밖에 없어 식량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운송업계 또한 지역 내 연료 공급 부족을 우려하며 가격 인상분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공급 불안은 지난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시작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으며 한국, 대만, 일본 등 각국 정부는 유가 안정을 위한 조치에 나선 바 있다.
호주 정부도 대응에 착수했다. 정부는 가격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벌금을 기존의 두 배인 최대 1억호주달러(약 1037억원)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유가를 매주 감시하고 보고할 예정이다.
또한 크리스 보웬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향후 60일간 연료 품질 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황 함유량이 높은 휘발유의 국내 유통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존에 수출되던 물량 월 1억리터를 내수용으로 전환해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AIP에 따르면 호주 내 연료의 약 20%는 비바 에너지의 질롱 정유소와 암폴의 리튼 정유소에서 생산되며 나머지는 대부분 역내 장기 계약을 통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앞서 빅토리아 주정부는 지난 10일 유류 소매업체가 일일 가격 인상폭에 상한을 두도록 하는 가격 폭리 방지법을 도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