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 보급이 출산율을 낮출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별도의 캠페인 없는 미디어 노출은 오히려 피임률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발표한 '대중매체와 피임 사용: 부르키나파소 근대화 이론의 실험적 테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진행된 현장 실험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전에 미디어를 접한 적 없는 부르키나파소 여성 16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에는 일반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게 했고, 다른 그룹에는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과학 기반의 가족계획 캠페인을 듣게 했다.

실험 결과, 일반 라디오 방송에만 노출된 그룹의 피임 실천율은 14% 감소했다. 또한 이 그룹에서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강화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미디어에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근대적 가치를 수용하게 된다는 '근대화 이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다.

반면 가족계획 캠페인이 포함된 라디오 방송을 들은 그룹에서는 피임 실천율이 16% 증가했다. 이와 함께 출생아 수는 9% 감소했으며, 삶의 만족도 등 주관적 복지 수준도 0.3 표준편차만큼 상승하는 긍정적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태도나 선호의 변화가 아닌 '잘못된 정보에 대한 믿음 감소'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즉, 캠페인을 통해 피임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바로잡은 것이 실질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개발도상국의 출산율 조절 등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선 단순한 미디어 보급을 넘어 정확한 정보를 담은 콘텐츠의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