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명 백화점 해러즈가 고(故) 모하메드 알 파예드 전 회장의 상습적인 성범죄 문제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회사의 대응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해러즈는 알 파예드 전 회장의 성범죄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피해자 200여명이 신청한 보상 프로그램은 이달 31일 마감된다. 하지만 수백 명의 피해자들은 회사의 보상안을 거부하고 별도의 법적 대응을 예고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알 파예드 전 회장은 해러즈를 소유했던 기간 동안 직원 등 수백 명의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지른 의혹을 받는다. 그는 지난해 9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해러즈 측은 성명을 통해 알 파예드 재임 시절에 대해 "비밀주의와 협박, 학대가 만연한 유독한 문화였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회사의 사과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며, 진정한 책임 있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1990년대 해러즈에서 근무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체스카 힐우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사람들이 그의 행동을 외면하거나 은폐한 후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묻기 위해 공개적으로 말하기로 했다"며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나 책임 추궁이 없어 끔찍하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불신은 알 파예드 시절부터 재직해 온 현 경영진에게 향하고 있다. 2006년 알 파예드에 의해 발탁된 마이클 워드 현 사장은 논란의 중심에 있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매일 밤 알 파예드와 차를 마시며 업무를 보고했다"고 말할 정도로 최측근이었다. 워드 사장은 최근 성명을 통해 "소문은 들었지만 경찰이나 내부 채널로 제기된 혐의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피해자 측은 그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확인한 문서에 따르면 워드 사장 재임 기간인 2006년에서 2010년 사이 최소 3명의 여성이 합의금을 받고 비밀유지서약(NDA)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에는 한 여직원에게 6자리 수(수십만 파운드)의 합의금이 해러즈 급여 시스템을 통해 지급되기도 했다.

해러즈는 2010년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에 약 15억파운드(약 2조8800억원)에 매각됐다. 인수 당시 알 파예드의 성범죄 의혹은 이미 여러 언론 보도와 서적을 통해 공공연하게 알려진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인수 과정에서 실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해러즈는 지난해부터 입장을 바꿔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관련 비용으로 6230만파운드(약 1195억원)의 충당금을 설정했다. 또한 보상 비용을 알 파예드 유족에게 청구하기 위한 법적 절차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 로펌이 대리하는 280여명의 피해자들은 "학대 시절 재직했던 경영진이 주도하는 보상안을 신뢰할 수 없다"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런던 경찰청 역시 알 파예드의 범행을 돕거나 방조한 혐의로 3명을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피해자들과 변호인단, 일부 의원들은 '파예드와 해러즈 생존자들을 위한 정의'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공개 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