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사 에어아시아X가 이란 전쟁 발발에 따른 유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으며 전 세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항공주로 전락했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둔 에어아시아X의 주가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미사일 공격을 시작한 이후 한때 시가총액의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블룸버그 세계 항공사 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 가장 큰 낙폭이다. 이후 유가가 급등세에서 소폭 후퇴하며 주가는 전날 약 13% 반등했다.
이번 주가 폭락의 주된 원인은 유가가 저렴했을 때 유류비 헤지(hedge)를 하지 않은 경영진의 판단 착오로 지목된다. 항공사 운영 비용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헤지 전략을 사용하지 않은 항공사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싱가포르 항공유 현물 가격은 지난주 배럴당 221달러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유럽 항공사들은 통상 연료 소비량의 일부를 헤지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항공사들은 헤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메이뱅크의 사무엘 인 샤오 양 애널리스트는 지난 5일 보고서에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에어아시아X는 기존 9억 링깃(약 3273억원) 순이익 전망에서 14억 링깃(약 5083억원) 순손실로 전환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항공사가 운임을 19% 인상하면 충격을 상쇄할 수 있지만, 이는 예약률 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어아시아X는 유류비 상승분을 만회하기 위해 유류할증료를 도입했다. 파룩 카말 부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저비용 항공사로서 합리적인 운임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바뀌면 할증료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보 링암 CEO가 2026년 전망을 논의하기 위해 월요일로 예정했던 기자회견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이유로 연기됐다.
유가 급등의 여파는 다른 아시아 항공사에도 미치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동방항공과 대한항공의 주가도 전쟁 발발 이후 각각 14%가량 하락했다.
이번 사태는 에어아시아X의 다른 사업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월 발표한 바레인 중동 허브 구축 계획은 바레인이 분쟁에 휘말리고 영공이 폐쇄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또한 전쟁 발발 전 150대의 단일 통로 지역 제트기 추가 구매 계약을 앞두고 있었으나, 현재 대규모 항공기 구매 시점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