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얀 르쿤 메타 AI 수석 과학자가 설립한 AI 스타트업이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차세대 AI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르쿤이 공동 창업한 '어드밴스드 머신 인텔리전스 랩스(AMI Labs)'는 유럽 최대 규모인 10억3000만달러(약 1조4832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스타트업 '싱킹 머신 랩'이 지난해 6월 유치한 20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시드 라운드다.

이번 투자에는 프랑스 캐세이 이노베이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베이조스 익스페디션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서울 기반의 SBVA,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등 전 세계 주요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로써 AMI 랩스는 투자 유치 전 기업가치(프리머니 밸류에이션)를 35억달러(약 5조400억원)로 평가받게 됐다.

AMI 랩스는 현재 AI 시장을 지배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넘어선 새로운 AI 아키텍처 개발을 목표로 한다. 튜링상 수상자이기도 한 르쿤은 텍스트 데이터 위주로 학습된 현재 시스템이 인간 수준의 추론 능력을 갖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대신 그는 동영상과 공간 데이터를 통해 물리적 환경을 이해하는 '월드 모델' 구축을 추진한다.

알렉상드르 르브룅 최고경영자(CEO)는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LLM이나 생성형 AI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첫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배포하기까지 최소 1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싱가포르, 캐나다 몬트리올에 사무실을 두고 출범했으며, 르쿤이 총괄 회장을, 전 프랑스 스타트업 나블라 CEO였던 르브룅이 CEO를 맡는다. 로랑 솔리 전 메타 유럽 부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했다.

이번 대규모 자금 조달은 오픈AI, 앤트로픽의 뒤를 이을 차세대 AI 거물을 찾으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벤처 투자금 4690억달러(약 675조원) 중 약 48%가 AI 기업에 몰렸으며, 이는 2250억달러(약 324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AMI 랩스는 르브룅 CEO의 전 직장인 헬스케어 기업 나블라와 첫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르쿤의 전 직장인 메타는 투자자로 참여하지 않았지만, AMI 랩스의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맺고 세부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