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잠수함이 스리랑카 인근 해상에서 이란 해군 호위함을 어뢰로 격침시켜,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 국방장관의 발표를 인용해 지난 4일 새벽 스리랑카 인근 해상에서 이란의 미사일 호위함 '데나'함이 미 해군 잠수함이 발사한 마크 48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이 공격으로 수십 명의 승조원이 사망하고 32명이 구조됐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이번 공격이 미 해군 잠수함에서 발사된 어뢰에 의한 것임을 공식 확인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이는 미국의 전 지구적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놀라운 시연"이라며 "작전 지역을 벗어난 함선을 추적, 발견해 격침하는 것은 오직 미국만이 이 정도 규모로 수행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공격을 '잔혹 행위'로 규정하며 "미국은 자신들이 만든 선례를 혹독하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데나함은 격침 불과 2주 전만 해도 인도 비사카파트남에서 열린 국제 관함식에 참가해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당시 승조원들은 타지마할을 관광하고 인도 음식을 맛보는 등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이 행사는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각국 해군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관함식이 끝난 직후인 2월 26일, 이란은 데나함을 포함한 함대 3척의 스리랑카 '친선 방문'을 요청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스리랑카는 확답을 피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스리랑카는 1907년 헤이그 협약에 따라 교전 중인 군함은 비상 상황이 아니면 입항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란 측에 전달했다.

다른 이란 군함 2척은 인도로 기항지를 변경했으나, 데나함은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계속 스리랑카 해역에 머물다 결국 공격 대상이 됐다. 미군은 공격 직후 스리랑카 측에 이메일로 관련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리랑카 해군과 공군은 즉시 구조 작전에 나서 생존자 32명과 수십 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구조된 생존자 중 다수는 다리에 심각한 골절상을 입은 상태였다. 생존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에게 1개월짜리 비자를 발급했다.

이번 사건으로 스리랑카는 외교적 곤경에 처했다. 생존자 처리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한편, 엔진 고장을 보고한 또 다른 이란 군함 '부셰르'함의 입항을 허가하며 중립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생존자 처리는 스리랑카가 국내법과 국제법에 따라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이란이 제기하는 위험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대국들의 갈등 사이에 낀 스리랑카의 한 관리는 "이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