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백인우월주의 극단주의 콘텐츠가 확산하며 이를 모방한 테러 공격 시도가 잇따라 각국 안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에서 백인우월주의에 영감을 받은 10대들의 폭력 범죄 모의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텔레그램, 틱톡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단주의 사상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다. 당시 경찰에 체포된 10대 용의자는 장난감 소총에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백인우월주의 테러범들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이 공격으로 총 96명이 다쳤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 사건 이후 백인우월주의와 대량 학살을 미화하는 콘텐츠에 영향을 받은 10대 최소 97명을 추적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최연소자는 11세에 불과하며, 최소 2명은 자카르타 테러 이후 추가 폭력 범죄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은 인도네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싱가포르 국내정보국(ISD)은 2020년 12월 이후 '폭력적 극우 이념'에 경도돼 테러를 계획한 혐의로 10대 청소년 4명을 체포했다. ISD는 극우 극단주의를 국가의 주요 안보 위협으로 지정했다.

당국에 따르면 감시 대상에 오른 청소년들은 백인이 아니며, 일부는 자국의 인종·종교적 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공격을 계획했다. 다른 일부는 명확한 명분 없이 극우 테러리스트의 폭력성 자체에 매료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급진화 통로는 대부분 소셜미디어였다. 특히 텔레그램의 '실제 범죄 커뮤니티'와 같은 채널이 청소년들에게 소속감을 주며 극단주의 사상을 퍼뜨리는 온상이 되고 있다고 인도네시아 경찰은 지적했다. 해당 채널에서는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 총기 난사범 브렌턴 태런트 등을 영웅시하는 밈(meme)과 폭탄 제조법 등이 공유됐다.

틱톡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현지화된 백인우월주의 콘텐츠가 퍼지고 있다. 로힝야족 등 소수민족을 비하하는 영상에 'TCD'(Total Chinese Death·중국인 완전 말살)나 'TRD'(Total Rohingya Death·로힝야족 완전 말살)를 의미하는 은어를 해시태그로 사용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틱톡 측은 관련 콘텐츠를 삭제 조치했다며 "폭력이나 증오를 조장하는 신념을 퍼뜨리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텔레그램 역시 "폭력 선동은 명백히 금지돼 있으며 인도네시아 당국과 소통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안보 당국은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지역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 당국은 이슬람 학자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 '종교재활그룹(RRG)'을 통해 극우 이념에 빠진 청소년들의 재활 및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극단주의 사상의 전파 속도는 당국의 대응을 앞지르고 있다. 자카르타 폭탄 테러 한 달 뒤, 러시아에서는 15세 소년이 타지키스탄 이민자 아동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년은 온라인에 게시한 선언문에서 자카르타 테러범을 '영웅'으로 칭하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더 큰 행동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